"쾅, 쾅 하는 소리가 나더니 집이 흔들렸어요. 안방 문을 열어보니 냉장고는 넘어져 있고 거실은 온통 흙이더라고요. 신발이고 뭐고 맨발로 뛰쳐나왔습니다."
17일 오전 경남 거제시 옥포동의 한 아파트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건물 안으로 밀려들면서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30년 가까이 이곳 2층에서 살아온 박종기(78)씨는 천둥이 치는 듯한 굉음에 잠에서 깼습니다.
안방 문을 열자 거실과 작은방이 갈색 토사로 뒤덮여 있었고, 뒤쪽 베란다로 밀려든 흙이 집 안쪽까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박씨는 신발을 신을 겨를도 없이 집을 빠져나왔습니다.
1층으로 내려가자 아래층 집에는 토사가 앞 베란다까지 까지 뚫고 나와 있었고, 안에서는 "사람 살려"라는 외침이 들렸습니다.
박씨는 다른 주민들과 함께 삽을 들고 흙을 퍼냈고, 출동한 소방대원들도 구조에 나섰습니다.
토사에 매몰됐던 부부는 약 15분 만에 구조됐습니다.
구조 작업을 마친 뒤 임시 대피소로 몸을 옮긴 박씨는 "사람을 구하고 나서도 너무 무서워서 한동안 움직이지를 못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같은 아파트 옆동 5층에서 25년 넘게 살아온 김극록(55)씨도 가족과 함께 긴급 대피했습니다.
아파트 입구가 토사에 막히자 가족들은 옥상으로 올라갔다가 옆 라인 입구를 통해 겨우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습니다.
김씨는 "23년 전 태풍 매미 때도 무사했는데 이런 난리는 처음"이라며 "아파트가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오전 옥포동의 한 아파트 뒤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1·2층 8가구에 토사가 밀려들었고, 1층에 살던 20대 남성 1명이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습니다.
이 남성의 옆집에 살던 50대 여성은 왼팔 골절상을 입고 구조됐습니다.
해당 아파트 주민 약 250명에게는 대피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이번 피해는 광복절 연휴 사흘 동안 경남 남부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발생했습니다.
지난 15일부터 17일 오후까지 거제에는 910㎜, 통영에는 747㎜의 비가 내렸습니다.
거제에는 평년 여름철 강수량의 90% 이상이 사흘 만에 쏟아졌습니다.
특히 거제에서는 이날 오전 1시 32분부터 한 시간 동안 124.5㎜의 비가 내려 1972년 기상관측 이래 시간당 강수량 최고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기상청은 거제에 200년, 통영에...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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